사회인야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게 장비 선택이었습니다. 팀에 입단하고 나서 보니 다들 멋진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구요. 저도 처음엔 어떤 걸 사야 할지 막막했는데, 실제로 몇 년간 써보니 꼭 필요한 것과 나중에 사도 되는 것이 확실히 구분되더라구요.

글러브 선택, 포지션 정해지기 전까지는
글러브를 고를 때 많은 분들이 "어떤 포지션용을 사야 하나요?"라고 물어보시는데, 솔직히 입단 초기엔 본인 포지션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 역시 입단 초기에는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팀에 필요한 자리를 메웠거든요.
그래서 제 경험상 첫 글러브로는 올라운드 글러브를 추천합니다. 올라운드 글러브란 내야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범용 글러브를 의미합니다. 포수미트나 1루미트 같은 특수 글러브를 제외하고는 웬만한 포지션은 다 커버할 수 있죠.
물론 나중에 포지션이 확정되면 그에 맞는 전문 글러브로 바꾸는 게 맞습니다. 내야수용은 빠른 송구를 위해 주머니가 얕고, 외야수용은 플라이볼 포구를 위해 주머니가 깊게 설계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처음부터 비싼 전문 글러브를 사기보다는, 올라운드로 감을 익히고 나서 업그레이드하는 게 경제적으로나 실용적으로나 더 낫다고 봅니다.
야구화는 끈 vs 벨크로, 실전 경험담
야구화를 선택할 때 많은 분들이 디자인만 보고 고르시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벨크로 방식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벨크로란 찍찍이 방식의 고정 장치를 말하는데, 신발끈 대신 벨크로 스트랩으로 발을 고정하는 방식이죠.
실제로 경기 중에 끈으로 된 야구화를 신었을 때 여러 번 곤란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루상에서 끈이 풀려서 다시 묶느라 시간을 지체한 적도 있고, 슬라이딩하다가 끈이 걸려서 넘어질 뻔한 적도 있거든요. 벨크로는 이런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디자인 면에서는 끈 방식에 비해 선택폭이 좁은 편입니다. 멋진 디자인의 야구화들은 대부분 끈 방식이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안정성과 편의성을 택했고, 지금까지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야구화의 종류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크게 인조잔디용, 포인트화, 스파이크로 나뉘는데, 각각 밑창 구조가 다릅니다:
- 인조잔디용: 밑창에 작은 돌기가 여러 개 박혀있어 인조잔디 구장에서 미끄럼 방지
- 포인트화: 고무 재질의 뾰족한 돌기가 있어 천연잔디와 흙 구장 모두 사용 가능
- 스파이크: 금속 징이 박혀있어 그립력은 최고지만 인조잔디에서는 사용 불가
요즘엔 대부분의 사회인야구 구장이 인조잔디라서 인조잔디용이나 포인트화를 많이 쓰십니다(출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보호장비, 팔꿈치만큼은 필수입니다
보호장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제 생각은 확실합니다. 최소한 팔꿈치보호대만큼은 무조건 착용하셔야 합니다.
저는 입단 첫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경기도 팔꿈치보호대 없이 타석에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인야구라고 해서 공이 약하게 오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데드볼을 맞았을 때 보호대가 없었다면 골절이나 심한 타박상을 입었을 겁니다.
팔꿈치보호대는 원피스형과 투피스형으로 나뉩니다. 원피스형이란 상·하완을 하나로 연결한 일체형 보호대를 의미하고, 투피스형은 상완과 하완을 따로 착용하는 분리형입니다. 저는 원피스형을 씁니다. 착용이 번거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괜히 타격동작에 방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부분은 개인의 선택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프로선수들처럼 정강이보호대나 손등보호대까지 갖추면 더 좋겠죠. 하지만 입문 단계에서는 오히려 이런 장비들이 타격 감각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처음에 손등보호대를 착용했을 때 배트 그립감이 이상해서 타격 리듬이 깨진 경험이 있습니다.
배트는 직접 휘둘러보고 결정하세요
배트 선택에 대해서는 "33인치 28온스가 정답"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개인차가 크다고 봅니다.
배트의 길이는 인치(inch) 단위로, 무게는 온스(oz) 단위로 표기됩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인야구에서는 33인치에 28온스를 많이 쓰는 게 맞습니다(출처: KBO 한국야구위원회). 하지만 제가 팀에서 지켜본 바로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나 체격이 작은 분들은 32인치 27온스를 더 편하게 쓰시더라구요.
배트의 밸런스도 중요한 선택 포인트입니다. 밸런스란 배트의 무게중심 위치를 의미하는데, 크게 탑밸런스와 미들밸런스로 나뉩니다:
- 탑밸런스: 무게중심이 배트 끝에 있어 장타력은 좋지만 스윙 속도가 느림
- 미들밸런스: 무게중심이 중앙에 있어 컨택 위주 타격에 유리
각자의 체격과 스윙스피드가 상이하기에 꼭 자기에게 맞는 밸런스의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탑밸런스로 바꾸고 나서 타율이 확실히 올라가더라구요. 이건 정말 본인의 스윙 스타일과 근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라서, 꼭 팀 동료들의 배트를 여러 개 빌려서 휘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처음 사회인야구를 시작할 때는 장비부터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글러브, 야구화, 팔꿈치보호대 이 세 가지만 제대로 갖추시면 충분합니다. 배트는 당분간 팀 배트를 쓰면서 본인에게 맞는 스펙을 찾아가시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장비빨이 아니라 결국 꾸준한 연습과 즐기는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