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세이버매트릭스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올드 야구팬으로서 타율, 방어율, 출루율 정도만 알고 야구를 즐겨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해설위원들 입에서 낯선 영어 약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수많은 용어 중에서 OPS만큼은 세이버매트릭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부터 야구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통용되던 개념이었다는 점입니다. 개념이 명확하고 계산도 단순해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OPS 계산법, 한 번만 이해하면 절대 안 잊습니다
OPS란 On-base Plus Slugging의 약자로, 출루율(OBP)과 장타율(SLG)을 더한 값입니다.
여기서 출루율(OBP)이란 타자가 아웃 없이 루상에 나가는 비율을 뜻하는데, 타율과 달리 볼넷과 몸에 맞는 공(사구)까지 분자에 포함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계산식으로 표현하면 (안타 + 볼넷 + 사구) ÷ (타수 + 볼넷 + 사구 + 희생플라이)가 됩니다.
장타율(SLG)은 이름만 보면 장타 비율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총 루타수를 타수로 나눈 값입니다. 여기서 루타수란 단타는 1루, 2루타는 2루, 3루타는 3루, 홈런은 4루로 환산한 수치를 말합니다. 단타도 포함되니 "장타율"보다는 "평균 진루 거리"라고 이해하는 편이 더 직관적입니다.
이 두 수치를 단순히 더한 것이 OPS입니다. 1984년 존 쏜과 피트 파머가 처음 이 개념을 정립했고, 이후 뉴욕 타임스와 ESPN이 공식 지표로 채택하면서 대중화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계산 구조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게 전부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단순한 덧셈 하나가 타율보다 훨씬 정확하게 득점 기여도를 설명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OPS와 팀 득점 사이의 R제곱값은 0.9033으로 집계됩니다. 이 R제곱값이란 한 지표가 결과값의 변동을 얼마나 설명하는지 보여주는 통계 수치인데, 0.9033이면 팀 득점 차이의 90% 이상을 OPS 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타율의 R제곱값은 0.7328에 불과하니, 수치로만 봐도 OPS가 왜 타율을 대체하게 됐는지 납득이 됩니다(출처: Baseball Reference).
OPS 기준 등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000 이상: MVP급, 역대급 시즌
- .900 이상: 탁월함, 올스타급
- .833~.899: 매우 좋음
- .767~.832: 평균 이상
- .700~.766: 평균 수준
- .633~.699: 평균 이하
- .633 미만: 하위권
KBO 기준으로는 리그 전체 타고투저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OPS 0.850 이상이면 상위권 타자로 봐도 무방하고, 0.900을 넘으면 타격왕 경쟁권으로 평가받습니다. 실시간 KBO 선수별 OPS는 스탯티즈(출처: 스탯티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OPS가 잡지 못하는 것들, 그리고 사회인야구에서의 활용
OPS가 경이로울 만큼 간결하고 실용적인 지표인 건 분명하지만, 제가 직접 이 수치를 오래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이 숫자 하나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대표적인 한계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OPS는 볼넷보다 단타에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볼넷은 출루율에만 반영되지만, 단타는 출루율과 장타율 양쪽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불균형 때문에 볼넷이 많은 타자가 단타가 많은 타자보다 실제 기여도 대비 OPS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 구장 보정이 없다는 점도 큰 단점입니다. 타구 방향과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구장 크기나 고도가 완전히 무시되는데, 예를 들어 잠실구장과 사직구장의 타자를 OPS만으로 단순 비교하면 구장 혜택을 더 받은 쪽이 과대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지표가 OPS+인데, OPS+란 리그 평균과 구장 환경을 보정해서 100을 기준으로 재산출한 조정 지표입니다. 더 나아가 wRC+(가중 득점 창출력 플러스)라는 지표도 있습니다. wRC+란 득점 창출력을 리그 환경과 구장까지 모두 보정한 수치로, 현재 세이버매트리션들이 OPS보다 더 신뢰하는 지표입니다.
주루 능력이나 클러치 능력, 즉 득점권 상황에서의 집중력도 OPS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선수의 종합 기여도를 평가할 때는 결국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와 함께 봐야 전체 그림이 나옵니다. 여기서 WAR이란 해당 선수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 수준의 선수를 기용했을 때와 비교해 얼마나 더 많은 승리를 팀에 가져다주었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사회인야구에서도 OPS를 쓰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재미로 활용하는 정도가 딱 적당합니다. 프로 리그의 기준 수치를 사회인야구에 그대로 들고 오면 안 됩니다. 사회인야구는 투수 수준과 구장 환경이 프로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절대값보다는 팀 내 상대적 비교 용도로 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개념 자체는 유효하니, 수치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타자들의 성향 파악 정도로 활용하시면 충분합니다.
OPS는 복잡한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들 중에서도 입문으로 삼기에 가장 좋은 지표입니다. 이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왜 3할 타자가 팀에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는지, 왜 타율이 낮은 타자가 오히려 팀 득점에 더 기여하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다음 경기부터 타율 옆에 OPS를 함께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