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몰수게임이 이렇게 복잡한 규정인 줄 몰랐습니다. 불과 2주 전 새벽 6시 경기에서 직접 당해보기 전까지는요. 상대팀 선수 한 명이 경기 시간을 착각해 지각하면서 저희 팀은 예상치 못한 몰수승을 거뒀습니다. 기쁘기보다 당황스러웠고, 그제야 몰수게임이 단순한 규정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몰수게임 선언조건,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몰수게임이란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심판이 직권으로 한쪽 팀의 패배를 선언하는 제도입니다. 프로야구에서도 존재하는 규정이지만, 제 경험상 사회인야구에서 오히려 더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에요.
가장 흔한 사유는 선수 인원 부족입니다. 공지된 시간에 양 팀 라인업(lineup), 즉 출전 선수 명단을 구성할 때 9명이 채워지지 않으면 10분간의 대기 시간이 주어집니다. 여기서 라인업이란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를 포함해 정식으로 경기에 출전할 선수 9명의 배치와 타순을 등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 팀이 겪은 그날도 정확히 이 상황이었습니다. 10분 안에 선수가 도착해 경기를 시작하면 상대팀에 패널티(penalty) 점수 3점을 부여하고 경기를 이어가지만, 11분이 넘어가도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 즉시 공식 몰수게임으로 처리됩니다.
부정선수 출전도 중요한 사유입니다. 사회인야구에서는 리그마다 선수 출신 제한이나 나이 제한 같은 등록 자격 요건이 있는데, 이를 위반한 선수가 경기에 나설 경우 상대팀의 제소, 즉 공식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해당 경기 전체가 몰수게임으로 소급 처리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소란 경기 결과나 선수 자격에 이의를 제기하고 심판 또는 운영위원회에 공식적으로 판단을 요청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제소가 가능한 리그가 많다는 점은 꼭 기억해두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오더지(order sheet), 즉 타순표에 기재된 배번과 실제 선수가 착용한 배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또는 심판의 퇴장 명령에 불복하거나 팀 전체가 경기 진행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몰수게임이 선언될 수 있습니다. 당일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선언 사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경기 시작 시간 기준 11분 초과 인원 미달
- 등록 자격 위반 부정선수 출전 및 상대팀의 제소
- 오더지와 실제 배번 불일치 또는 이중 등록 선수 출전
- 심판 퇴장 명령 불복 또는 팀 단위 경기 거부
- 사전 연락 없는 일방적 경기 취소(노쇼)
공식 규정의 기본 골격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정한 기준을 따르되, 세부 운영 방식은 각 리그의 내규에 따라 달라집니다(출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몰수게임의 점수처리
몰수게임이 선언되면 스코어는 9:0으로 기록되는 것이 공식 야구 규정상 원칙입니다. 리그에 따라서는 7:0으로 처리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기 도중 실제로 어떤 점수가 나고 있었든 그 결과는 완전히 무효가 되고, 정해진 몰수게임 점수로만 기록된다는 점입니다. 콜드게임(cold game)과 헷갈리는 분들이 많은데, 콜드게임이란 큰 점수 차나 기상 악화로 경기가 조기 종료되면서 진행된 점수를 그대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몰수게임과는 전혀 다릅니다.
몰수게임의 후속제재
저는 그날 몰수승을 거두고 나서야 이 사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생각해보니 몰수게임은 팀 승리 기록에는 올라가지만, 선수 개인 성적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투수의 자책점이나 타자의 타율, 출루율 같은 개인 기록 산정에 몰수경기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지만 동시에 철저히 개인 기록이 누적되는 스포츠입니다. 타이틀 경쟁, 다음 시즌 팀 영입, 리그 내 개인 순위 등 모든 게 누적 스탯(stats)에 달려 있는데, 몰수게임 하나가 끼면 경기 한 경기치 분량의 기회가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몰수게임은 해당 경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누적 몰수패가 2회 이상이면 다음 연도 리그 가입이 제한될 수 있고, 3회 이상이면 당해 연도 리그 자동 퇴출을 원칙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위로금 제도를 운영하는 리그도 있어서 몰수게임이 성립되면 상대팀에게 20만 원 안팎의 위로금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대팀에 대한 예의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금전적 패널티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몰수게임의 후유증
그날 저희는 심판진 합의하에 연습시합을 따로 진행했습니다. 아침 일찍 구장까지 나온 양 팀 선수들에게 경기 없이 그냥 돌려보내는 건 너무하다 싶었거든요. 몰수승을 거두긴 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긴장감 있는 시합을 기대하고 새벽에 나온 동료들, 그리고 이기고 싶었을 상대팀 선수들을 생각하면 몰수게임으로 끝나는 건 누구에게도 좋은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 통계나 리그 운영에 관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자료를 보더라도, 사회인 스포츠 참여의 핵심 가치는 경쟁과 경험 그 자체에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몰수게임은 어떻게 보면 경기를 뛰지 않고 승리 기록을 챙기는 거라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팀 전체의 경기 기회, 개인 성적 누적 기회, 상대팀에 대한 예의,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몰수게임을 예방하는 건 복잡한 일이 아닙니다. 선수 등록 자격을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고, 경기 당일 출석 인원을 미리 체크하고, 오더지와 유니폼 배번이 일치하는지 출전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직접 겪고 나서야 규정을 찾아보는 것보다, 미리 알고 준비하는 팀이 더 오래, 더 즐겁게 리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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