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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세이버매트릭스 - FIP의 정의, 투수평가, 사회인야구 활용

by bdoninfo 2026. 5. 19.

사회인야구 팀에서 투수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방어율이 높다는 이유로 슬그머니 로테이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장면을 본 적 있으십니까. 저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뒤에서 수비가 무너지는데 투수 혼자 ERA 숫자를 뒤집어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FIP라는 지표를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사회인야구에서 ERA보다 FIP를 먼저 봐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ERA가 투수를 오해하게 만드는 이유

ERA(Earned Run Average), 즉 평균자책점은 9이닝 동안 투수가 허용한 자책점의 평균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수치가 수비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게 사회인야구에서는 특히 심각합니다.

 

프로야구에서도 수비 실책이 ERA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지만, 실책 이후 이닝이 늘어지면서 생기는 추가 실점은 투수의 ERA를 끌어올립니다. 사회인야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제가 뛰는 리그에서도 느꼈는데, 애매한 타구를 에러가 아닌 안타로 처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회비를 내고 즐기는 동호인 리그 특성상 타자에게 기록이 후하게 돌아가는 경향이 있고, 심판마다 판정 기준도 제각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안타가 늘고, 자연스레 투수의 ERA는 올라갑니다.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 분야에서는 이 문제를 일찌감치 인식했습니다. 세이버매트릭스란 야구를 통계와 데이터로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으로, 직관이나 관습 대신 수치로 선수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학문입니다. 이 분야에서 나온 핵심 개념이 바로 DIPS(Defense Independent Pitching Statistics)입니다. DIPS란 수비의 영향을 배제하고 투수 본연의 능력만을 반영한 투구 통계 전반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2001년 보로 맥크라켄이 정립했습니다. 그 이론의 요점은 단순합니다. 타자가 친 인플레이 타구가 안타가 될지 아웃이 될지는 투수가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FIP가 ERA보다 정확한 이유, 숫자로 검증됩니다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DIPS 개념을 계승해 톰 탱고가 실용적으로 정리한 지표입니다. FIP란 홈런, 볼넷, 삼진처럼 투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결과만을 추려 ERA와 같은 스케일로 환산한 수비독립 평균자책점입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FIP = {(13 × 홈런) + (3 × (볼넷 + 몸에 맞는 공)) – (2 × 삼진)} ÷ 이닝 + 상수(C)

 

홈런에 가중치 13이 붙는 이유는 홈런이 수비와 무관하게 100% 투수 책임인 가장 치명적인 실점 요인이기 때문이고, 볼넷에 3이 붙는 이유는 출루를 허용한 직접적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삼진은 -2의 가중치를 받아 FIP를 낮춥니다.

 

일반적으로 ERA가 낮으면 좋은 투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데이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MLB 데이터(1990~2019년, 한 시즌 250타자 이상 상대 투수 기준)를 분석한 결과, 시즌 간 자기상관계수가 FIP는 0.5024인 반면 ERA는 0.3443에 불과했습니다(출처: FanGraphs).

 

자기상관계수란 어떤 지표가 다음 시즌에도 비슷한 값을 유지하는 안정성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FIP 쪽이 훨씬 높다는 것은 ERA보다 투수 실력을 일관되게 반영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xFIP라는 지표도 존재합니다. xFIP란 FIP에서 사용하는 실제 홈런 수 대신, 뜬공 비율을 바탕으로 예상 홈런 수를 계산해 대입한 지표로, 홈런에 대한 운의 영향까지 한 단계 더 제거한 버전입니다. 운의 개입을 최대한 걷어낸다는 철학은 FIP와 동일합니다.

FIP 수치를 읽는 기준은 ERA와 같은 눈금을 씁니다. 참고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3.00 미만: 엘리트 수준
  • 3.00 ~ 3.74: 우수한 투수
  • 3.75 ~ 4.49: 평균 이상
  • 4.50 ~ 5.24: 평균 수준
  • 5.25 이상: 개선이 필요한 구간

 

 

사회인야구에서 FIP를 실전에 쓰는 법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FIP를 팀 동료에게 보여줬을 때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습니다. ERA가 높아서 자신감을 잃고 있던 투수에게 FIP를 계산해서 보여주자, "수비가 문제였던 거지 네 피칭은 나쁘지 않았어"라는 말을 숫자로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팀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직접 목격했습니다.

 

사회인야구에서 FIP를 적용하려면 세 가지 기록만 챙기면 됩니다.

  1. 삼진(K): 투수가 직접 잡아낸 아웃카운트
  2. 볼넷(BB): 투수가 내준 무상 출루
  3. 홈런(HR): 수비와 무관한 완전한 실점

 

이 세 수치를 FIP 공식에 넣으면 됩니다. 상수 C는 리그 전체의 평균 ERA를 구한 뒤 같은 방식으로 역산해서 쓰는 것이 정석이고, 리그 규모가 작다면 전 시즌 평균 ERA를 그대로 상수로 써도 실용적입니다.

 

WHIP(Walks plus Hits per Inning Pitched)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WHIP란 이닝당 볼넷과 안타 허용 합계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인플레이 타구의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출루 허용 패턴을 파악하는 데 보완 지표로 유용합니다. 제 경험상 사회인야구에서는 ERA, WHIP, FIP 세 가지를 같이 놓고 봐야 투수에 대한 입체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

 

사회인야구에서 투수 평가의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RA 하나만 보고 투수를 판단하는 건, 수비와 기록 환경이라는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공평한 잣대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기록이 타자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동호인 리그에서는 ERA는 가장 고평가된 지표입니다. FIP와 WHIP를 옆에 놓는 것만으로도 진짜 에이스가 누구인지 훨씬 명확하게 보입니다. 팀에서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면, 다음 시즌부터 이 세 가지를 함께 집계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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